제목 2015년 8월 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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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의 자세 수행자의 역할

지도법사 김재웅

옛날에 한 수행자가 눈병이 났는데 연꽃 향기를 쏘이면 낫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연못에 가서 연꽃 향기를 눈에 쏘이다가, 자기도 모르게 그 그윽한 향기에 취해 있었다.

잠시 후 연못을 지키는 연못신이 나타나 연꽃 향기 도둑이라며 그 수행자를 크게 꾸짖는다. 그 때 한 사납게 생긴 남자가 와서 연꽃을 마구 꺾어 가져가는데 연못 신은 물끄러미 처다만 볼 뿐 말이 없었다.

수행자가 화가 나서 물었다. 자신은 연꽃 향기만 맡았을 뿐인데 도둑으로 몰아세우더니, 저렇게 연꽃을 함부로 꺾어 가는 남자에게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연못신이 대답했다. 저 사람은 마음을 닦지 않는 사람이고 당신은 마음을 닦는 사람이 아니냐고. 저 사람의 잘못된 언행은 검은 천에 먹물을 묻히는 것과 같고 당신의 잘못된 언행은 흰 천에 먹물을 묻히는 것과 같다고.

 

그제야 연꽃 향기를 탐했던 수행자는 크게 부끄러움을 느끼고 더욱 열심히 수행하게 되었다.
마음을 닦지 않는 사람에게는 남을 속이는 것이 거짓이지만, 마음을 닦는 사람에게는 남을 속이는 것만 아니라 내 양심을 속이는 것이 거짓이다. 하늘을 향하고 부처님을 향하지 않고 자신을 향하고 아상(我相)을 연습하는 순간, 진실함을 잃고 거짓과 위선으로 살게 된다.

수행이라는 것은 뿌리가 튼튼하고 줄기가 우렁찬 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다. 아름드리나무가 큰 그늘을 드리워 많은 사람들을 쉬어가게 하듯, 진실하게 닦아가는 수행자의 맑고 청정한 기운은 세상살이에 지치고 번뇌망상에 시달리는 이들의 고통을 어루만지고 쉬게 한다. 자신의 허물을 부끄러워하고 참회하고 피나게 정진하는 노력이 없다면 그런 시원한 그늘을 베푸는 길은 요원하지 않겠는가.


 


 


 

유반자야 왕자의 전생 이야기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자신이 성을 넘어 출가한 일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어느 날 비구들은 법당에 모여

여러분, 만일 부처님이 출가하지 않으셨더라면 그는 모든 세계의 중앙에서 전륜성왕이 되어 7보를 구비하고 4신족(神足)을 성취하고 천명의 아들을 두었을 것이다. 그런데 부처님은 그런 훌륭한 위력을 버리고 애욕의 근심됨을 보고는 밤중에 종자 차익을 데리고 사랑하는 말 건척을 타고 성을 넘어 아노마강 가에서 출가하셨다. 그리하여 6년 동안 고행한 끝에 등정각을 이루셨다.” 하며 부처님의 덕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부처님은 거기 오셔서 물으셨다.

비구들, 그대들은 지금 무슨 이야기로 여기 앉아 있느냐.”

비구들이 사실대로 사뢰자, 부처님은

비구들, 나는 금생만 성을 넘어 출가한 것이 아니다. 전생에도 나는 넓이 12순이나 되는 바라나시 서울에서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였다.” 하고 그 과거의 일을 말씀하셨다.

옛날 라만성에 삽바닷타라는 왕이 있었다. 오늘의 이 바라나시 서울은 우다야 왕의 전생 이야기(458)에서는 수룬다나성이라 하였고, 작은 수타소마왕의 전생 이야기(525)에서는 수닷사나성이라 하였으며, 소나난다의 전생 이야기(532)에서는 부라후마닷타성이라 하였고, 칸다하라 사제관의 전생 이야기에서는 풉파바티성이라 하였다. 그리고 이 유반쟈 왕자의 전생 이야기에서는 라만성이라 한 것이다. 이와 같이 그 수도의 이름은 때때로 변한 것이다.

그 수도에서 삽바닷타왕은 천명의 왕자를 두고 있었다. 왕은 유반쟈라는 맏아들에게 부왕(副王)의 지위를 주었다. 그는 어느 날 아침 일찍 훌륭한 수레를 타고 비상한 위엄으로 동산에 올라갔다. 그리하여 나무 가지 끝이나 풀잎 끝이나 거미집에서 진주 그물처럼 달려 있는 이슬방울을 보고

어자(御者), 이것은 무엇이라 하는 것인가?” 하고 물었다.

어자는

부왕님, 그것은 추울 때에 내리는 이슬방울이라는 것입니다.”고 대답하였다. 그는 하루 동산에서 놀다가 저녁때가 되어 돌아올 때에는 그 이슬방울들이 보이지 않으므로

어자여, 그 이슬방울들은 어디 갔는가. 나는 지금 그것들을 볼 수 없구나.” 하였다.

부왕님, 그 이슬은 해가 오르면 모두 녹아 땅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그는 두려워 떨면서

이 중생들의 수명의 상태도 저 이슬방울과 같은 것이다. 내게 노병사(老病死)가 닥치기 전에 부모에게 청하여 나는 출가하는 것이 좋다.’ 하고 이슬방울을 관념의 대상으로 하여 세 세계를 불붙는 집처럼 보았다. 그리하여 자기 처소로는 가지 않고 장엄을 갖춘 법정에 앉아 있는 아버지에게로 가서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다음 게송으로 출가하기를 청하였다.

 

벗과 대신들의 호위를 받는
수레의 주인에게 나는 경례하나니
대왕님, 나는 출가하려 하네
대왕님은 내게 그것을 허락 하소서

때에 왕은 다음 게송으로 그를 만류하였다.


만일 네게 애욕으로 부족한 것 있으면

나는 네게 그것을 만족시키리

너를 누가 해치면 나는 너를 보호하리

유반쟈야여, 너는 출가하지 말고저

 

이 말을 듣고 유반자야는 다음 게송을 읊었다.

내게는 아무 애욕의 부족도 없고

또 내게는 나를 해치는 자도 없네

저 늙음도 그것을 부술 수 없는

그런 국토를 나는 만들고 싶네

 

위의 경위를 설명하여 부처님은 다음 반게(半偈)를 읊으셨다.

아들은 아버지께서 바라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바란다

 

남은 반게를 왕이 읊었다.

내 아들아 모든 시민 바라나니

유반자야여, 출가하지 말라고

 

유반자야는 다시 다음 게송을 외웠다.

군차(軍車)의 주인이신 왕

내 출가를 말리지 말라

나는 모든 애욕에 빠짐으로써

늙음의 지배를 받지 않으리

 

이 말을 듣자 왕은 답할 말이 없었다. 어머니는 또 그가 아버지의 승낙을 맡았다는 말을 듣고 그것이 무슨 말이냐 하고는 헐떡거리면서 빨리 법정으로 달려가 다음 게송으로 그 아들에게 애원하였다.


 

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네게 원하노니

나는 너의 출가하는 것 말려

영구히 너를 보고 싶어 하나니

유반자야여, 너는 부디 출가하지 말라

 

이 말을 듣고 아들은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풀잎 끝의 흰 이슬이

해가 뜨면 떨어지는 것처럼

사람의 생명은 덧없는 것이어니

사랑하는 어머니, 저를 말리지 마소서

 

이렇게 말했지만 어머니는 계속 애원하였다. 그래서 보살(아들)은 다시 다음 게송을 읊었다.

수레의 주인이여, 차부를 시켜

어머니를 이 수레에 태우게 하라

내가 이 고해(苦海)를 건너가는 것을

어머니로 하여금 방해하지 말게 하라

 

왕은 왕자의 이 말을 듣고 왕비에게 말하였다.

여보 당신은 수레를 타고 가시오. 그리하여 저 희증궁(喜增宮)에 오르시오.”

그녀는 이 말을 듣고 거기 서 있을 수 없으므로 여자들에게 둘러싸이어 거기를 떠나 희증궁에 올라가서 그 아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까 하고 법장 문을 내려다보며 서있었다.

그 어머니가 떠나자 보살은 다시 아버지에게 청하였다. 왕은 아들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아들아, 네 생각대로 하라. 그리고 출가하는 것이 좋다.” 하며 승낙하였다. 그가 승낙을 받는 것을 보자 보살의 끝의 아우 유딧티라라는 동자가 아버지에게 절하고

아버지, 내게도 출가를 승낙해 주십시오.” 하여 승낙을 받았다. 그들 형제는 아버지께 절하고는 애욕을 버리고 많은 사람에 둘러싸이어 법정을 떠났다. 왕비는 보살을 바라보고

만일 내 아들이 출가하면 이 라마성은 텅 비게 될 것이다.’ 하며 비탄에 잠기어 다음 게송을 읊었다.

 

빨리 가라, 그리고 현자가 되라알려

이 라마성은 텅 비게 되리

저 유반자야 왕자는

삽비닷타왕의 승낙 얻었다

천 아들 형제의 맏형으로써

황금에도 비길 수 있는 저 청년

그처럼도 힘이 세던 저 동자는

출가하여 가사를 입는 몸이 되었네

 

보살도 과연 당장에는 출가하지 않았다. 그는 부모를 하직하고는 끝의 아우 유딧티라 동자를 데리고 성을 나갔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그들은 설산에 들어가 기분 좋은 곳에 암자를 짓고 선인 생활에 들어갔다. 거기서 선정과 신통을 얻고 나무 열매와 나무뿌리로 일생을 보내다가 죽어서는 범천세계에 났다.

 

부처님은 최후로 그 뜻을 다음 게송으로 설명하였다.

유반자야와 유딧티라

그 두 동자는 출가하였네

그들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버리고

죽음의 결박을 끊어 없애며

 

부처님은 이 법화를 마치고

비구들이여, 내가 왕위를 버리고 출가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요, 전생에도 그러했다.” 하고 다시 전생과 금생을 결부시켜

그 때의 그 부모는 지금의 저 대왕 내외요, 그 유딧티라 동자는 저 아난다요, 그 유반자야는 곧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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