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2015년 7월 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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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살리기

 

지도법사 김재웅

 

 

얼마 전 도량에 울타리 나무를 새로 심었는데, 그 일을 맡은 사람이 전에 있던 사철나무 70여 그루를 뽑아서 버린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큰 일 났다 싶어서 급히 그 나무들을 다시 도량에 옮겨와 심고 나니 무겁고 괴로웠던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무들이 잘 뿌리 내리도록 3일 마다 물을 주며 돌보아서 지금은 푸른 새 잎이 나고 건강하게 살아났다.

 

나무 한 그루라도 함부로 베어 버리지 않고 목말라 하는 초목에 물을 주어 살리는 마음, 땡볕 아래 마른 땅에서 괴로워하는 지렁이를 습지에 옮겨 주고 개미 한 마리도 밟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마음, 반려견과 반려묘의 건강을 챙기는 마음 등이 바로 자비심이다.

 

생명 가진 모든 존재의 고통을 덜어주고 보살피는 마음을 연습하고 살아야 마음에 복이 되고 덕이 되고 지혜가 되는데, 닦는답시고 절에 다니고 도량에 서 공부하면서 그런 자비심도 연습하지 않고 그런 실행도 하지 않는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고, 통탄할 일이다.

 

불교의 5계 중 첫 번째가 불살생(不殺生)이다. 이 계를 지키지 않고 함부로 모기, 파리, 개미, 지렁이를 죽이거나 키우던 고양이나 개를 버리게 되면 그 과보가 아주 무섭다. 엄청나게 고통스런 과보를 받게 되는 무지한 행동을 절대 하지 말고, 생명을 아끼고 보살피고 살리는 실행을 하여 하늘과 부처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영원히 마음이 밝아지는 길로 가야 할 것이다.

 

 

 

큰 앵무새의 전생 이야기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어떤 비구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그는 부처님에게서 업처(業處)의 선정법(禪定法)을 배운 뒤에 구살라 국경 마을에 가까운 어떤 숲속에 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비구를 위해 머물 곳 등을 마련해 주고 사람들이 늘 왕래하는 장소에 초막을 짓고 그를 존경하여 섬기었다.

그러다 장마철이 시작되자 그 마을은 화재를 만나 타버리고 사람들의 재산은 거의 모두 재가 되고 말았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그 비구에게 맛난 음식을 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사는 곳이 좋은데도 나쁜 음식에 괴로워했기 때문에 사도(四道)도 사과(四果)도 얻을 수가 없었다.

3개월의 장마철이 지났을 때, 그는 부처님께 가서 인사하였다. 부처님은 친히 말씀을 나눈 뒤에 그에게 물으셨다.

너는 아마 음식에서는 곤란을 당했겠지만 그 거처는 마음에 들었겠지.”

그는 모든 사정을 다 사뢰었다. 부처님은 그 거처가 즐거웠던 것을 아시고 그에게

비구여, 사문은 거처만 좋으면 모든 욕망을 버리고 무엇이나 얻은 음식에 만족하면서 사문의 행을 닦아야 한다. 옛날에 어떤 현인은 짐승으로 태어났을 때 그가 사는 마른 나무에서 나무 가루를 먹으면서도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만족하여, 우정을 버리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았었다. 그런데 왜 너는 음식이 모자라다거니 또는 맛나지 않다거니 하면서 그 즐거운 거처를 버렸느냐.” 하고 그의 청을 따라 그 과거의 일을 말씀하셨다.

 

옛날 설산 가운데의 항하 기슭에 우담바라나무의 숲이 있었다. 그 숲에는 수백 마리의 앵무새가 살고 그 중에 한 마리 왕이 있었다. 그는 그가 사는 나무에 열매가 없어지자 남아 있는 그 싹이건 잎이건 껍질이건 풋싹이건 간에 무엇이나 먹고 항하의 물을 마시며, 아주 욕심이 적고 만족하여 결코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았다.

그 욕심이 적고 만족하는 공덕으로 제석천 궁전이 진동하였다. 제석은 깊이 생각하다가 그를 발견하고 그를 시험하려고 그 보통의 힘에 의해 그 나무를 말려버렸다. 그 때문에 그 나무는 구멍투성이 줄기만 남아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에서 나무 가루가 나왔다. 그는 그 가루를 먹고 물을 마시며 다른 곳으로는 가지 않고 바람이나 햇볕에도 관심이 없이 그 줄기 꼭대기에 살고 있었다.

제석은 그가 아주 욕심이 적은 것을 알고

저로 하여금 우정의 덕을 이야기하게 하고 선물을 주되, 저 나무에 맛난 열매를 열게 해주고 돌아오리라.”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한 마리의 거위 모양으로 변하고 아수라 처녀의 형상으로 변장한 그 아내 수쟈를 앞세우고 그 숲으로 가서 그 가까이 있는 한 나무에 깃들었다. 그리고 그와 대화를 시작하여 다음 게송을 외웠다.

 

그 나무에 열매가 많을 때는

새들이 와서 그 열매를 먹더니

나무가 말라 열매 없음을 알고

새들은 거기서 떠나 사방으로 흩어지네

 

제석은 이렇게 말하고 다시 그를 나무에서 떠나게 하게 위해 다음 게송을 또 외웠다.

 

부리가 빨간 새여, 왜 떠나지 않는가

아아, 너는 왜 그 마른 나무에 앉아 있는가

그 이유 들어보자 봄철의 새여

왜 그 마른 나무 버리지 않나

 

그 때 앵무새의 왕은 제석에게

거위여, 내가 나무를 버리지 않는 것은 이 나무에 감사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아아, 거위여, 벗 중의 벗이란

생사나 고락의 어디에 처했어도

그 성쇠(盛衰)로 그 벗을 버리지 않나니

언제나 진실과 선을 생각하기 때문이네


그러므로 거위여, 나도 친선 다하리

이 나무는 친척이요 또 내 벗이거니

나는 살기 원하지만 이 나무의 파멸 알고

어떻게 이를 버리고 떠나갈 수 있으리

 

제석은 이 말을 듣고 만족하여 그를 찬양하고는 그에게 선물을 주려고 다음 게송을 외웠다.

 

장하구나 너의 우정과 애정

나는 지금 그것을 찬양하나니

네가 그처럼 우정을 존중하면

현자는 반드시 너를 칭찬하리라

새야, 앵무새야, 나는 지금

너에게 선물을 주려 하나니

너 마음으로 원하는 것 있으면

무엇이든 그것을 내게 청하라

 

이 말을 듣고 앵무새 왕은 다음 게송으로 그의 바라는 것을 말하였다.

아아, 거위여, 그대가 만일

내게 무엇이나 선물을 주려거든

이 나무를 다시 살려라

그리고 이 나무에 가지가 나고

무성한 거기에 맛난 열매 맺히어

그 과일 아름답게 빛나게 하라

 

그리하여 제석은 그에게 선물을 주려고 다음 게송을 외웠다.

 

보아라, 벗이여, 거룩한 나무 모습

이 우담바라 나무에 너는 살아라

나무에 가지 나고 열매 맺어 번성하고

맛난 과일 주렁주렁 아름답게 빛나라

 

제석은 이렇게 말한 뒤에 거위의 모습을 버리고 그들 부부의 신통의 힘을 나타내어 손으로 항하의 물을 길어와 그 나무줄기에 쏟았다. 그러자 그 나무에는 가지가 나고 줄기가 무성하며 맛난 열매가 맺어, 이슬 맺힌 여의보산(如意寶山)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며 빛났다. 앵무새의 왕은 그것을 보고 기뻐하여 다음 게송으로 찬양하였다.

 

아 많은 열매를 바라보면서

내 기쁨은 그지없나니

부디 당신 제석과 그 친족에

커다란 행복 내리어지라

 

제석은 앵무새에게 선물을 주되 그 나무에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한 뒤에 그 아내 수쟈를 데리고 천상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말씀하신 부처님은 부처로서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그 앵무새 왕의 소원 그대로

제석은 다시 열매를 맺게 하고

그 아내 데리고 거기서 떠나

저 희림원(喜林苑)으로 되돌아갔다

 

부처님은 이 법화를 마치시고

 

비구야, 이와 같이 옛날의 현인은 짐승으로 태어났어도 탐욕스런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너는 이런 해탈의 도에 출가해 있으면서 왜 탐욕스런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가. 빨리 거기 가서 살아라.” 하고 명령한 뒤에 다시 업처의 선정법을 말씀하셨다.

그 비구는 곧 그 숲으로 가서 관법(觀法)을 행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부처님은 다시 전생과 금생을 결부시켜

그 때의 그 제석은 저 아나율이요, 그 앵무새의 왕은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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